📖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리뷰
- 저자 : 고선경
- 출판사 : 열림원
- 독서 기간 : 2025.03.21. ~ 2025.05.02.
- 독서 난이도 : ⭐⭐⭐
- 저자
- 고선경
- 출판
- 열림원
- 출판일
- 2025.01.10
01
아삭아삭할 겁니다
겨울을 견뎌 본 심장이라서요
책의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이 시인의 말을 보고 시집을 안 읽어 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겨울을 견뎌본 토마토의 심장은 얼마나 아삭하고 단단한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어렸을 때 국어시간에 시를 배우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한 단어 한 단어에 내포된 함축적인 의미들이 무척 흥미로워서 시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단어마다 깊은 의미가 있던 시를 해석하기 어려워졌고, 어렵다고 생각하니 시는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다.
시는 어렵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재미있고.
이런저런 핑계로 멀리하던 시집을 오랜만에 읽었다.
EBS '나의 두 번째 교과서' 국어편의 나민애교수님이 알려준 시를 읽는 방법대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체크하며 읽었더니 오랜만에 시집을 완독 했다. 야홋


02
이 시집은 조금 우울했다. 작가의 어두운 내면의 감정을 들여다본 느낌이고
산 자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그들과 공존하고 있지만, 산자에 가까운 육체와 그렇지 못한(그러나 살고자 하는) 영혼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가까운 이의 죽음은 어둡고 건조한 감정이 되어 작가를 거쳐 이 시를 읽는 독자에게까지 전달되는 듯했다.
시집의 제목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과 시인의 말을 보고서는
으라차차 청춘을 노래하는 시! 혹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단단해지는 나! 를 이야기하는 시인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사뭇 다른 시의 분위기에 놀랐었다.
이번 시집은 한 자 한 자 의미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보다, 내가 맘에 드는 시를 찾고 완독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가볍게 읽고 넘어갔다.
그래서 책 마지막에 소유정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해설을 읽어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03
여러 시에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체크하고, 완독 후 체크한 문장들과 시를 다시 읽어보았다.
단번에 정말 마음에 드는 시를 찾았어! 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시가 있었다.
가벼운 노크
고선경
몇 년 전 죽은 친구가 우리 집으로 햄버거 배달을 왔다. 그와 나는 서로를 마주 본 채 당혹감을 느껴야 했는데, 그건 내가 햄버거를 주문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약간 멋쩍어하며 잘 지냈어, 친구? 인사를 나눴고 오랜만이야 악수를 했다. 잠시 집에 들어와 앉았다 가라고 말했지만 그는 다음 배달이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거 아쉽게 됐네 말하며 머리를 긁적이는데 불현듯 그와 내가 대학 시절 함께했던 밴드 동아리가 떠올랐다. 드럼 치던 녀석이 며칠 전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말해 줄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빨래를 너느라 열어 둔 베란다에서 찬바람이 훅 끼쳐왔다. 나는 왼팔을 오른손으로 문질렀다. 그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좀 더 행복해져야 해. 그럼그럼. 부드러운 대화 속에서 우리를 감싸안는 건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감자튀김 냄새일 따름이었다.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p.90)
죽은 친구가 나의 집으로 햄버거 배달을 왔다. 여기가 꿈속인지 현실인지, 상상인지 어디인지 모를 이 세계.
'그 녀석은 좀 더 행복해져야 해.', '그럼 그럼.'이라는 부드러운 대화를 하며 드럼 치던 친구의 행복을 바라는 두 인물의 모습.
시에서는 이들이 나눈 대화, 당혹감과 멋쩍음 등의 감정, 손사래를 치거나 머리를 긁적이고 찬바람에 팔을 문지르는 행동들은
마치 내 눈앞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죽은 친구와 살아있는 내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친구의 행복을 바라는 대화도 내 마음을 잔잔하게 울린 것 같다.
다시 읽어도 좋은 시였다.

회사 동료가 출장으로 며칠 자리를 비우게 되었고, 그가 키우는 방울토마토에 내가 대신 물을 주기로 했다.
방울토마토에 물을 주며 단단한 토마토가 되라고 책도 읽어줬다.
04
'가벼운 노크' 뿐만 아니라 내가 표시해 놓은 시의 문장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꽃냄새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어떤 꽃말을 너에게 말해줘야 할까? 고민했지만, 축하를 말하기 전에 너의 하루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줘야 했다며 후회하는 모습. 이 시는 어려운데, 어떤 감정인지 잘 느껴지는 시었던 것 같다.
비도 오지 않는데 벚꽃이 우수수 떨어질 대 바람의 부피를 생각했다 벚꽃도 바람처럼 종류가 여럿인 걸 아니? 튤립의 꽃말이 여럿이라는 걸, 너는 어떤 꽃말을 마음에 들어 할지
어떤 꽃말도 너의 하루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걸 말해야 했는데, 축하를 말하기 전에
축하를 말하기 전에 中
몇 번 곱씹으며 읽은 시, 죽어 버려
나라면 멸망에게 말하겠어
죽어 버려 강도 같은 너에게 내어 줄 건 아무것도 없어
...
모든 페이지에 같은 이야기만 적혀 있다고 해도
모든 의미를 사랑해로 바꿔 읽는다면, 이를테면
죽어 버려
끝, 같은 건 상상 속에만 있고 우리의 상상 때문에
우주가 우리를 떠나지 못했으면 좋겠어
죽어 버려 中
이 구절을 보며 나도 할머니가 돼도 친구들한테 책갈피랑 키링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자 친구들아 ^.ㅠ
할머니 돼도 친구들한테 책갈피랑 키링 만들어 주고 싶다
바닷가는 아니더라도 벽난로가 있는
미래가 넘치는 집에서
한 가지 비눗방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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